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퍼백에 넣어 온 <혼자 가는 먼 집>을 좌석 옆에 끼워뒀다 쉬엄쉬엄 다 읽었다 내게도 더이상 어울릴 수가 없을 법한 제목이었다 누군가 꿈꾸고 간 베개에 기댄 채+ 불편한 자세에도 불편한 마음의 자세에도 더 어울릴 수는 없었다 보르헤스의 강의와 이창기는 미로처럼 찬밥처럼 화물칸 어딘가에 갇혀 있었다 나는 기내 반입량을 초과하여 지퍼백에 1리터의 액체를 넣어온 […]
[작성자:] 무치
saudades do……
자나깨나 너의 생각 잊을 수가 없구나…… 많은 것이 그립고 안타까운 밤, 풀장 옆에 입주자들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바베큐 코너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밤공기는 좀 쌀쌀했지만 추위는 그닥 느껴지지도 않았다. 노트북 앞에 앉아 무심결에 즐겨찾기 링크를 눌렀더니 화면에 뜬 것은 옛 가요 사이트였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음악들을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이다. 거기서 또 […]
내가 없는 날의 리스트 +
최근 친구 아버님의 문상을 다녀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만약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장례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실없는 상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생각은 한 두해 전, ‘노래 리스트’ 만들다가 시작된 것이다. <캡틴 판타스틱>에서 화장한 유골을 공항 화장실(^^)에 뿌리는 장면을 보면서 느낀 것도 포함하여. <죽고 난 뒤의 팬티>처럼 소심한 삶의 안할 걱정일지 모르겠지만 […]
내가 쓴 가장 좋은 시
행 없이 행을 늘이고 끊어진 연으로 연을 이어 가지만 쓴 맛 없는 쓴맛뿐, 쓴 것은 없네 단 것도 없네 대개 짐이고 번민만 가득한데 내가 쓴 가장 좋은 시란 잠깐의 희망이 수십년 헛꿈으로 남은 아직 쓰지 못한 시 +<시인합니다>가 그랬듯 시 쓰기에 대해 나는 가끔 끄적여 왔다. 그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지금, […]
the thread that keeps us
플로레스와 타말레스. 조이 번과 하이로 사발라가 쓴 이 노래는 묘한 중독성을 지닌 꿈비야 스타일로 꽤 신나는 곡이다. 전부 다 알아먹을 수는 없어도 내게는 기약없는 약속, 지켜지지 않은 약속 같은 노랫말이 슬픈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이 곡이 실린 앨범의 타이틀 <the thread that keeps us(2018)>까지가 여태 끊어지지 않은 가녀린 어떤 ‘緣’을 떠올리게 한다.
¿quién será, quién será?
“의문에서 시작해서 의문으로 끝나다.” 이란의 싱어송라이터 mohsen namjoo는 낮은 목소리와 찢어지는 고음이 교차하며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그런 면에서는 좀 예외적인 khat bekesh는 오래된 멕시코의 맘보-볼레로 송에서 완벽하게 흥을 도려낸 채 슬픈 템포로 노래하는 것이 의욕 다 달아나버린 요즘의 내 마음 같았다. 촌스런 분위기의 화면이지만 나는 남주가 자신의 세타(페르시아의 전통악기)를 히치하이킹 시켜버리고 돌아서는 장면에 깊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