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1층으로부터의 편지

<내재율> 내ː재-율, 內在律 자유시나 산문시 등에서 문장 안에 잠재적으로 깃들여 있는 운율. ↔외형률(外形律). /구글 사전     언제나 낯선 길 ㅡ 오늘 사무실 나와 보니 문 앞에 종이 하나 꽂혀 있었다. 손님의 메시지인가 했는데 아래층 맥주가게서 빼곡히 적어놓은 사연이었다. “만나 뵐 기회가 많지 않아서 편지 드립니다”로 시작한 글은 실은 일종의 수기식 수도요금 청구서였다. 오래된 낡은 […]

Read More

모종의 그리움

: 노래와 모종 그리고 몇 줄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박용래   처음엔 여덟 줄을 읽었었지요. 내가 보내준 걸 읽고 누이는 펑펑 울었다고 했지요. 하지만 그때는 꼰스뚜시띠온 광장의 모퉁이에서 헤어졌다던 델리아에 대한 보르헤스의 회상처럼 이별에 대해서는 정녕 알지 못했었지요. 마아가렛이 그 꽃의 […]

Read More

안부가 궁금했지요

금요일에 반납해야 했지만 속에 탈이 나서 이틀을 꼼짝없이 누워 지냈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출근하면서 도서관부터 들렀지요. 아 그런데 오늘이 쉬는 날이었네요. 도서관 앞 주차장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몇대의 차가 있는데 출입구는 쇠로 된 장벽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그것 좀 쌤통이다 싶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들 주인에겐 더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연체 상태라 다른 책을 빌릴 수도 없는데 휴일이라도 […]

Read More

희망 가요

차마 한마디 꺼내지도 못하고 애닳게 기다리던 노래 있었지요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소식 하나 들려주길 고대하며 엽서 한장 써붙이던 시절도 있었지요 하지만 흘러나오는 노래란 바람빠진 풍선처럼  희망하지 않는 것들이었지요 희망 가요 희망이 가요 여기 희망이 가요 그렇게 흘러들 갔지요 떠난 자리에 희망이 또 갈까요 낮은 자리 또 채워질까요 원치 않는 노래만 줄을 잇는데 지우고 쓰고 […]

Read More

약간의 허함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퍼백에 넣어 온 <혼자 가는 먼 집>을 좌석 옆에 끼워뒀다 쉬엄쉬엄 다 읽었다 내게도 더이상 어울릴 수가 없을 법한 제목이었다 누군가 꿈꾸고 간 베개에 기댄 채+ 불편한 자세에도 불편한 마음의 자세에도 더 어울릴 수는 없었다 보르헤스의 강의와 이창기는 미로처럼 찬밥처럼 화물칸 어딘가에 갇혀 있었다 나는 기내 반입량을 초과하여 지퍼백에 1리터의 액체를 넣어온 […]

Read More

잊혀진 라듸오

<라듸오 1973>을 썼던 1년 혹은 2년쯤 뒤에 나는 <라듸오 1974>도 썼다. 이전의 라듸오보다 좋은 제품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니 많은 공산품의 경우처럼 그냥 해만 바꿔 출시되는 엇비슷하거나 그만 못한 물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완제품이 되기엔 부족한 시제품 같은 것이어서 그랬는지 나는 그것을 다른 사적인 공간에 올렸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다른 이의 사이트였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좀 […]

Read More

saudades do……

자나깨나 너의 생각 잊을 수가 없구나……   많은 것이 그립고 안타까운 밤, 풀장 옆에 입주자들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바베큐 코너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밤공기는 좀 쌀쌀했지만 추위는 그닥 느껴지지도 않았다. 노트북 앞에 앉아 무심결에 즐겨찾기 링크를 눌렀더니 화면에 뜬 것은 옛 가요 사이트였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음악들을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이다. 거기서 또 […]

Read More

내가 없는 날의 리스트 +

최근 친구 아버님의 문상을 다녀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만약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장례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실없는 상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생각은 한 두해 전, ‘노래 리스트’ 만들다가 시작된 것이다. <캡틴 판타스틱>에서 화장한 유골을 공항 화장실(^^)에 뿌리는 장면을 보면서 느낀 것도 포함하여. <죽고 난 뒤의 팬티>처럼 소심한 삶의 안할 걱정일지 모르겠지만 […]

Read More

내가 쓴 가장 좋은 시

행 없이 행을 늘이고 끊어진 연으로 연을 이어 가지만 쓴 맛 없는 쓴맛뿐, 쓴 것은 없네 단 것도 없네 대개 짐이고 번민만 가득한데 내가 쓴 가장 좋은 시란 잠깐의 희망이 수십년 헛꿈으로 남은 아직 쓰지 못한 시       +<시인합니다>가 그랬듯 시 쓰기에 대해 나는 가끔 끄적여 왔다. 그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지금, […]

Read More

지난 날의 소리들

소리에 관해서 제일 오래된 기억 가운데 하나라면 어릴 적 할아버지의 외딴 방에 있던 크고 낡은 라디오에서 나오던 “눈물젖은 두만강”의 전주다. 금속성의 큼지막한 소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나에게도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향수가 뭔줄도 모르고 ‘퍼퓸’인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오늘 시간이 있어서 옛날에 쓰던 이어폰들을 좀 찾아봤다. 뒤져보니 나도 참 미친 짓 많이 했었나 보다. 숱한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