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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처음 브라질 음악을 듣고 혹해 포르투갈어 제목들의 뜻을 찾아 헤매일 적에 가장 눈에 들어온 단어는 saudade였다. 브라질과 포르투갈에서 카보베르데까지, 파두와 쌈바, 보싸노바와 모르나까지 포르투갈-브라질만의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나는 그것이 그리움과 매우 비슷한 것이라 생각했다. minha namorada, 나의 연인을 향한 또는 특정한 장소나 시간 또는 그 모든 것이 함께 했던 순간을 향한.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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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 네그라

작은 상자 속 금관의 악기들이 흑백 텔레비젼 속에서 음을 올릴 적마다 검은 광휘을 발하던 시대 투박하게 치렁치렁하게 돌이킬 수 없이 막혀버린 커튼 너머 그 빛에 내가 혹하는 오늘 검은 빛에 둘러싸인 어딘지 모를 작은 상자 같은 곳 관을 잃어버린 악기가 적막을 토해내는 기막히게 멋진 밤     /201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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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속의 한 시절, 크리스티나

오늘 유투브에서 영화 <way back>의 영상을 다시 만났다. 2010년도엔가 만들어진 영화로 괜찮은 출연진에 비해 영화는 그리 썩 훌륭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잊지 못하는 것은 나름의 사연이 있다. 영화는 내가 결코 잊지 못할 어떤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고3이던 시절, 어떤 죄의식과 번민으로 하여 수험생으로서의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교과서/참고서가 아닌 책만 읽던 때였다.(j신문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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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그다지 즐겁지는 않은 그저 그런 길, 매일 지나치는 오래된 세탁소 무슨 사연인지 주인 아저씨와 그분 할머니만 계시는 듯합니다 일주일에 서너번, 할머니는 가게에 나와 앉아 거리를 바라보십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눈 마주치면 나는 그분들과 늘 인사를 나눕니다 딱히 즐거울 것도 없는 길 하지만 할머니께 인사드릴 적에는 늘 웃습니다 걸음도 건강도 이제는 편치만은 않으신 할머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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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작은 소녀 ◎

거실의 거치대로 전락한 mdf 앨범 박스 하나 뒤적이다 닐 영과 반젤리스를 찾았다. see the sky about to rain, 닐 영 앨범은 여전히 낭랑하다. 모랫벌에 처박힌 큼지막한 장난감 같은 로켓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눈길을 끈다. 그가 직접 연주한 wurlitzer electric piano의 풍성한 여운을 나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했었다. 장현 앨범을 구입했던 것이 1987년쯤이었던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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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 17년, 스타바운드 ◎

precious memories, how they linger how they ever flood my soul in the stillness of the midnight precious, sacred scenes unfold /precious memories, j.j. cale.   케일의 정규 앨범들은 거의 cd로만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은 20년쯤 전에 구입한 것들이다. #8 앨범은 국내판을 구입했는데 불행히도 reality가 빠져 있다. 하지만 파일들이 있으니 굳이 그것을 아쉬워 하지는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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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음, 이니셜 에이

*몇개의 다른 시간대에서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어져 있다는 것, 알 수도 있겠지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진정한 시인의 감수성, 시인의 마음에 관해서는 무디고 모자란 사람이라 잘 모르지만요. /2019. 8. 24.     어제 저녁 퇴근하려는 참에 전화가 왔습니다. 모친이 삼치 요리를 하는데 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은 모퉁이 부식가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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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모어 슈가 베이비

bill frisell의 맑은 기타 소리를 좋아한다. 자주, 즐겨 듣지는 않아도 듣는 순간의 즐거움을 조금 안다. 프리셀의 기타가 그렉 리즈의 도브로나 페달 스틸과 어울리면 두 소리는 이백 시 양반아 속의 침향인양 나선으로 얽히면서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 델리마디 툰카라의 엑조틱한 연주가 더해진다. 그래서 슈가 베이비는 그 제목보다 좀 더 오묘한 느낌이 든다. 썸머 와인의 여인처럼 뭔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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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은이에요

“재즈를 좋아하시나봐요.” 책상 위에 읽으려고 둔 몇 권과 도서관서 빌려온 책들이 쌓여 있었지요. 그냥 잘 알지 못해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려운 책인데요.” 너가 어찌 이런 책을 읽느냐는 뉘앙스가 풍겼지만 그저 몇 페이지를 보려고 빌렸고 읽기가 힘들다고 했지요. 사실이 그랬지요. 몇년을 두고 있었지만 세권짜리 그 책을 아직 반의 반도 읽지 못했죠. 어찌 좀 낯선가요, 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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