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성이 입술을 먹고 / 이하
계수 향이 풍기는 붉은 사(紗)가 쳐 있지요.
푸른 구름을 시켜 머리를 틀어 올리게 하고
둥근 달이 내 귀고리 된답니다.
연꽃에 바람 일어
강은 봄인데
긴 둑 여기에
내사 임 못 놓겠어요.
당신은 잉어의 꼬리를 잡수세요.
나는 성성이 입술을 먹고
이렁성 여기서 지내시되
아예, 양양에 갈 생각은 마세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니까.
보세요, 오늘 창포꽃이 향기롭지만
내일이면 단풍이 벌써 시들어버릴 걸요.
+
시간의 간극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한 25년쯤 늦게 태어났더라면 어떠했을까... 이런 어리석은 상상도 한다.
상상의 결말은 물론 해피하지 못하다.
불과 25년에서 이런 비애감을 느끼는데
이하는 무려 1200년 전이다.
그리고 나는 별다른 간극도 생각지 않는다.
"당신은 잉어의 꼬리를 잡수세요.
나는 성성이 입술을 먹고"
어찌 이런 엽기적인......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쩌면 '시적 진실'에 불과하다.
남녀구분도 참 애매하게 가는 시지만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어느 누군가를 붙들어 두려 한다는 것일 뿐이다.
"보세요, 오늘 창포꽃이 향기롭지만
내일이면 단풍이 벌써 시들어버릴 걸요."
그때는 아마 성성이 입술맛(?)도 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1200년은 훌쩍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창포꽃과 단풍의 스물 다섯해,
25년은 캄캄한 크레바스처럼 나를 집어삼킨다.
“otherpeoplesro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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