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관한 노래인지 처음엔 잘 몰랐다. 그저 에프랏 벤 주르 efrat ben zur의 비명처럼 들리는 고음에 묘하게 끌렸을 뿐이다. 어떤 고통, 무슨 몸부림이 거기 있을까 상상하면서. 그녀가 노래하는 괴로움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고 싶었기에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에밀리 디킨슨의 시라는 부제가 붙은 로빈이라는 앨범 커버를 보는 순간 조금 알 수는 있었다.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이 그 노래였다.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에밀리 디킨슨 |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by emily dickinson |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코 헛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 주거나 또는 한 괴로움을 달래거나 또는 할딱거리는 로빈새 한 마리를 도와서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코 헛되지 않으리. |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y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i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
그러니까 이 노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 <내가 만일>에 곡을 붙인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나 자신의 기대와도 달리 가사를 알고 나니 내가 상상했던 많은 것들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 노래의 고음 또한 먼 산울림처럼 아득해졌다. ‘내가 만일'(!) 그녀였다면, 그리고 디킨슨의 시를 떠올린다면 차라리 조용히 읊조리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가짐 또는 행동이 필요할 뿐, 그렇게 높은 목소리로 대신할 합당한 이유를 찾기가 나로선 쉽지 않았다. 때로 온전한 지식이 상상을 훼손시키곤 하는데, 이 노래의 경우가 그랬다. 옛시절의 디스코처럼, fly robin fly를 떠올리면서.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여전히 이 노래는 그 자체로 인상적이고 한갓되이 헛되이 살아온 나는 때로 디킨슨은 깡그리 잊어버린 채 그녀의 비명소리에 동조하곤 한다.
/2018.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