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던 연주곡 가운데 “하얀 연인들”이 있었다.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의 공식 다큐멘터리 테마곡 “13 Jours en France”인데 (일본의 영향인지) “하얀 연인들”로 알려졌던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 프랑시스 레)의 작품이다. ‘세미 클래식’이란 쟝르에 어울릴법한 그런 류일 수도 있지만 그 해의 동계올림픽은 이 곡으로 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옛시절 내 유치했던 글들을 좋아했던(내가 유치한 것일 뿐이다) 어떤 분은 그 곡을 배경으로 낭송을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조금은 흔한 느낌의 곡조이지만, 지금도 이 곡 들으면 어설프기만 했던 스무살의 기억들이 부끄러움과 그리움으로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언젠부터인가 “하얀 연인들” 은 북해도의 과자로 해서 또 다른 이미지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白い恋人, しろいこいびと>다. 오래 전 모친께서 몇번 사오신 것이 계기가 되었나 보다. 어쩌면 특별한 맛이랄 것도 없지만 깔끔한 포장과 이미지로 해서 더 기억에 남아 있는 과자다. 이후에는 종이상자 제품만 몇번 보았는데, 기분 탓인지 종이상자에서는 예전의 느낌도 맛도 나질 않는 것만 같았다.
지금도 양철상자 제품이 나오는가 싶어 찾아봤더니 실없이 비싸긴 해도 판매하고 있었다. 삿포로의 이시야제과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 오래된 양철상자 하나는 구급약품 상자가 되어 아직도 내게 있다. 나는 이 모두에 어울리는 어떤 느낌, 어떤 기억을 여태 갖고 있다. 그 모든 시간을 다 합쳐도 ’13 Jours’가 될련지, 오갔던 길이 가릭 슈카체프의 노래처럼 ‘10,000km’나 될련지 모르지만 삶의 어떤 순간엔 머리속이 아무 생각도 없이 하얗게 되어버린다던 오래된 편지의 한줄을, 그 느낌을 함께 마셨던(Tea for Two) 어려웠던 중국차의 이름처럼 여전히 기억한다. 시로이 코이비토, 값으론 따질 수 없을 순백의 구급약품 상자는 오래전에 비워졌으나…….
/13 Jours en France, Francis Lai
/10,000km, Garik Sukachev
/2023. 8. 15., 私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