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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맞지 못한 가게를 위한 哀歌

지난해 어느 가을날 기운없는 걸음이 매일같이 오가는 길에 자그마한 식당 하나 생겼습니다 손님 보기 힘든 핸드폰 가게 옆 비슷하니 작은 한켠에 또 밥집이 들어선 것이지요 검은 바탕에 하얀 붓글씨체 長春장춘, 중국집인가 했는데 “청국장, 백반”이라고 적혀 있었네요 배달이라도 불이 붙어 따스하고 긴 봄을 꿈꾼 가을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처럼 언제나처럼 지난했던 지난 해, 이변 없는 이번 해였던지 한번의 봄을 넘기지 못하고 벌써 문닫은 폰가게 옆에 빨간딱지 임대 표지를 덧붙이고 말았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근심, 매일 같이 보고 듣는 견고딕 굵은 글씨의 급한 소식 설운 소식이었지요 봄바람에 시름 날리지 못하고 봄날은 내 설움만 길게 불러온다더니+ 늘상 오갔어도 언제 가는지 모르고 지나쳐버린 그곳은 이름도 따사로운 장춘이었습니다 오지 않는 봄날에 속절없이 고장나버린 마음 같은, 나의 장춘이었습니다

 

 

/2023. 5. 3.

 

 

+春思춘사, 賈至가지
草色青青柳色黃(춘색청청류색황) 풀빛은 파릇파릇 버들잎 노랗고
桃花歷亂李花香(도화역란이화향) 복사꽃은 어지러이 피고 오얏꽃 향기로워라
東風不爲吹愁去(동풍불위취수거) 봄바람에 시름 날리지 못하고
春日偏能惹恨長(춘일편능야한장) 봄날은 내 설움만 길게 불러오네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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