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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메그레즈, 형광색 바다

 

북두칠성의 가장 어두운 별에 관한 짧은 시를 읽은 기억이 있다. 시는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함께 찾아본 다른 시편들은 너무 달라서 밑줄을 긋지 못했다. 뒤늦은 아쉬움으로 잠깐 검색을 시도했지만 다시 찾지는 못했다. 어릴 적부터 늘 헷갈렸던 북두칠성에서 가장 어두운 별은 국자의 시작에서부터 네 번째인 별, 메그레즈(Al Megrez)다. 어두워서 도리어 눈에 띄는 별이다.

에셔가 1933년에 그렸다는 <형광색 바다, Phosphorescent Sea>는 테셀레이션(Tessellation, 쪽매맞춤)이 들어가진 않았으나 그의 다른 많은 그림들처럼 반복적이고 삭막하다. 하지만 이 그림의 다른 점은 하늘에 있다. 아주 짧았으나 완벽히 고착된 듯한 적막의 순간 너머 내 눈에 들어온 북두칠성(Big Dipper) 때문이었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북두칠성의 일곱 별 모두가 메그레즈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거의 생각나지 읺는 그 희미한 별의 이야기는 아마 사랑 또는 희망에 관한 끝맺지 못한 읊조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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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내가 거의 다 보았다고 생각한 에셔의 작품 가운데 최근에 알게 된 것이다. 약간의 확인 작업의 결과 허위는 아닌 듯 싶다. 행여 누군가의 장난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에셔의 작품이 아니었다는 것일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2023. 1. 20.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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