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혹은 1998년 흐릿한 신문 칼럼에서 영화 속 장면 하나를 처음 봤을 때 만큼이나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2002년의 솔라리스는 감상적이고 공허하였다 하염없이 시간은 흐르고 스타니스와프 렘은 많이 달라진 얼굴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솔라리스를 들은 것도 본 것도 만난 것도 모두 태고의 흐릿한 이야기 언제나처럼 오래된 책꽂이의 어둑한 책과 바다와 별을 나는 그렸다 헤아리기에 너무 많았던 오해와 잘못과 어리석음 그럼에도 솔라리스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이후에 새롭게 나타난 보다 선명한 형상의 솔라리스를 읽은 적이 없다 오래된 내 책꽂이의 솔라리스를 다시 꺼낸 적도 없다 수없이 그리고 곱씹었다고 한들 너와 나는 어김없는 오역과 중역과 반역의 결과물 솔라리스가 나를 기억하듯 나는 솔라리스를 기억한다 디딜 곳 없었던 그 바다 그 행성은 여전히 내 주위를 떠돈다 나는 길고 불규칙한 주기를 가진 혜성인양 기약없이 떠났다 다시 돌아오곤 한다 피타고라스처럼 케플러처럼 별들이 지닌 음계를 알 길 없지만 이제는 어떤 노래를 통해 솔라리스를 더 많이 떠올린다 세상에 존재하는 노래이며 파도가 햇살처럼 쏟아질 때 햇살이 파도처럼 함성처럼 몰려올 때 내 마음에만 있는 운율이다 도무지 리듬을 탈 수 없을 것 같은 녹록지 않은 운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