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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스완송 : Hurt

I wear this crown of thorns
Upon my liar’s chair
Full of broken thoughts
I cannot repair
/Hurt

 

십수년 전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보았던 자니 캐시의 노래는 충격이었다. 모든 사람이 가는 길에 관한 그의 노래는 말할 수 없이 인상적이어서 나는 짧은 기록(Hurt – Heart of OLD)이라도 꼭 남겨야 했다.

이 곡은 Nine Inch Nails의 1994년 앨범 <The Downward Spiral>의 Hurt를 2002년에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 노랠 듣기 전까지 나에게 있어 자니 캐시는 Ghost Riders in the Sky를 멋지게 부른 것으로 기억되는 컨트리 가수였을 뿐이다.

하지만 Hurt는 그에 관한 내 모든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젊은 날의 모습들과  늙고 힘빠진 현재, 피아노의 연타에서 오는 강렬함과 성찬 위에 쏟아지는 포도주…… 삶의 영화와 질곡이 이 한 곡 속에 모두 들어 있었다. Beck에서 Tom Waits까지 Bettye LaVette을 능가하는 재해석의 장인이 빚어낸 마지막 향연이었다.

나는 보노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아래의 언급은 자니 캐시의 Hurt가 가진 위상과 의미를 간략하고도 명료하게 말해준다.

“Trent Reznor was born to write that song, but Johnny Cash was born to sing it, and Mark Romanek was born to film it.”
/Bono

 

 

Highwaymen 시절 Jimmy Webb을 다시 노래한 The Highwayman도 곡과 가사 모두에서 의미심장했지만 영상의 강렬함과 함께 들려오는 자니 캐시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압도하였다. 오죽하면 작곡자인 트렌트 레즈너는 자니 캐시의 버전에 대해 “그 노래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나는 그것을 일종의 선언처럼 여긴다. 나인 인치 네일즈와 데이빗 보위가 함께한 라이브조차도 자니 캐시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그리하여 이 노래는 “Heart of OLD”가 아니라 “The old familiar sting”인양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Hurt의 모든 장면들은 카프카의 <소송>을 생각나게 한다. 무엇인지 모를 죄(실은 자명한 죄)로 인해 당한 소송에서 패한 K의 외면하고 싶어지는 적나라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리하여 이 곡은 상징적 의미에서 자니 캐시의 스완 송이자 예외없는 우리 모두의 스완 송이이기도 하다. 오늘 다시 듣는 Hurt에선 마지막 구절이 새롭게 들린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그가 노래했던 The Highwayman에서처럼 “이 세상의 또다른 끝에서 단지 한방울의 비가 된다고 한들(Or I may simply be a single drop of rain)”.

 

If I could start again
A million miles away
I would keep myself
I would find a way
/Hurt

 

 

Johnny Cash - American IV: The Man Comes Around | Releases | Discogs
Hurt가 수록된 Johnny Cash의 2002년 앨범 <American IV: The Man Comes Around>

 

 

/2022. 11. 30.
+돌아보니 이 노래에 대한 나의 느낌은 배경지식이 별로 없었던 2014년의 소감이 더 좋아 보인다.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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