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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가끔 가던 곳

그곳이었다
문밖 큼지막한 바구니엔
알록달록 플라스틱 빗자루 몇 개
비를 맞고 있다
낡은 진열대는 군데군데 빈자리도 있다
오래전 언젠가는 형광등을 사러 가던 곳
백열등이며 대걸레도 샀던 곳
레코드방처럼 문방구처럼 서점처럼 복사가게처럼
지워져 가는 곳
스스로 낡은 지우개가 되어버린 곳
간판은 전화번호마저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어도
이제는 고칠 일도 없는 곳
더 이상 무엇으로도 채우기 힘든 곳
그 어떤 철물도 없이
철물 같은 무게만 남아 있을 뿐
빈자리는 나날이 늘어날 것이다
플라스틱 빗자루 몇 개
비가 쓸어주는 비의 서글픔이려니
다시 간판 세울 일도 없는 곳
예전에 가끔 가던 그곳
한때는 당신의 자취까지 보였던
나는 그곳
그곳이었다

 

 

/2022. 6. 27.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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