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손에 불타는 석탄을 쥐고
마구 던지려 했다.
밤새 손바닥이 아려왔다.
알다시피 그게 아니라……
그리고 때늦은 소식처럼 허수경의 책이 왔다.
그녀에 대한 생각은 꽤 양면적이지만
시에 관해서라면 독보적인 세계를 지닌 그녀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From her to eternity란 제목으로 글을 끄적였다.
그리고 며칠 전 피란델로 책을 구하다 그녀의 흔적을 찾게 되었다.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일러두기’와 달리 내가 편안함을 느끼곤 하는 시 같은 글과
글 같은 시들이 거기 있었다.
고운 자주빛 표지에
무선제본식 가짜 양장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리고 책갈피처럼 들어있는 엽서의 짙은 오렌지빛이
귤 향기에 대한 상상을 방해하지만
병문안 온 사람처럼 조심조심 나는 책을 펼쳤다.
From here to eternity.
/2022.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