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써 케슬러(야누스)의 언급을 굳이 되짚지 않아도 풍자란 본질로부터 살짝 벗어나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그런 면에서 오늘의 숱한 참상에 대해 나는 그 무엇도 풍자할 수가 없다.
스스로 글쓰는 동기와 ‘mojo’를 거의 잃어버린 탓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풍자의 본질을 무색하게 하듯 작금의 숱한 신호들은 정상의 궤도에서 벗어나도 너무나 벗어난 악몽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의 풍자는 그닥 의미가 없는 미약한 부정일 뿐이다.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다”에서 그를 잘못 인용한 “풍자가 아니면 자살이다”까지가 내 가슴 속에 남아 있지만 이제 우리는 풍자의 죽음이라는 막다른 골목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2022.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