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40분
어차피 나는 경매 사는 사람 아니지
6시 일어나야겠네
7시 벌써 이렇게 됐어
경매위판장이 모처럼 열렸는데
집을 나선것은 7시 20분
이미 파장분위기
많이 나온 물건은 없네.
오로지 홍어만 많이 나왔다.
오늘 뭐 팔것 있어요.
오징어가 있어요.
어디것인데요
동해안입니다.
트럭으로 오고 있어요
동해안 오징어를 싣고와서 팔지만
동해안 못지않은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는 승부를 내야한다.
서해안 어부들은
봄 준비를 많이하고 있는가?
오징어 주문받아요
병어도 있고 홍어도 있고
새조개도 있고 등등
위의 글은 2022년 2월 10일에 올린 함운경의 페이스북 포스팅 전문이다.
나는 이 글이 한편의 시처럼 느껴져서 여기 옮겨왔다.
이런 느낌을 처음 받았던 것은 1970년대 혹은 1980년대에 발간된
대학국어(연세대학교 판)에서 석주명의 나비에 관한 드라이하고도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였다.
또 누군가가 내게 그런 시각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래서 함운경의 오징어 판매글이 다정하고 상큼한 시처럼 보였다.
당사자도 그렇게 생각할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그렇다.
만약 그가 이것을 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문장까지 포함한 이 느낌은 나만의 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게 그의 시이길 진심으로 바랬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재학중이던 함운경은
1985년 4월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을 통해 신군부 세력과 맞서다 투옥되었으며,
1980년대 학생운동사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후 정치판에 뛰어든 그는 국회의원 4번, 시장선거에 1번 낙선하였고
현재는 횟집 겸 수산물 판매를 하는 <네모선장>을 운영중이다.
함운경이 미문화원 점거농성을 하던 시점, 나는 방석복을 입고 서울 어딘가에 서 있었다.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면 또 어떤 삶을 살았을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지만
나는 그의 <네모선장>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싶다.
/2022.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