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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

두 삶이 합쳐지면 보통 상흔이 생기지
한 사람과 한 사람에 더해진 흐릿한 제3의 것,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가 너무 멀다
/브라우닝+

 

겨우 몇편 읽고 덮어둔 그레이엄 그린의 두툼한 단편집이 있었다
한참을 침대 머리맡에 있다가 어느 밤엔가 침대 뒷쪽 바닥에 떨어졌다
침대 너머로
국경의 저쪽 세상 너머로 꿈자리 저 너머로
오십수편의 크고 작은 사연이 잠들어 있다
며칠을 나는 잊고 지냈다 몇주를 몇달을 몇년을
까마득히 잊고 지낼 수도 있다
그린의 책을 다시 주워서 펼치면 그 속에 낯익은 얼굴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책은 영원토록 그렇게 덮여 있을 것이다
한때는 두려움이었으나 한때는 절망이었고
언젠가는 다행이 될지도 모를 일,
버거움이 역겨움이 괴로움에 찢어발겨지거나
흩어질 때까지
닿지 못한 그린 북을 멀찌감치 바라보고
또 보고 또

 

 

+그레이엄 그린의 <영구 소유>에서 읽은 로버트 브라우닝의 한 구절.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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