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마저도 햇살 가득했던 그곳, 밀양. 열네살 즈음 라디오에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듣고는 무척 좋아했다. 아홉살에 부산으로 전학 온 나는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유년기에서부터 내 생각은 안으로 안으로만 향했던 것 같다. 소니 카세트라디오와 학생애창365곡집에서 얼마나 많은 고향을 그렸는지 모른다.
이제는 거의 지워져버린 향수며 그리움이건만 지금도 그 노래 생각하면 외삼촌의 커다란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시골길의 햇살과 그늘들, 묵직한 플라스틱 두레박, 그리고 차가웠던 우물물과 그 옛날의 친구들이 생각난다. 나는 잃어버린 그 느낌을 변용하여 올모스트 헤븐(존 덴버의 노래의 첫 두 단어)을 쓰기도 했다.
지금은 또 조금 다르다 할 수 있겠지만 트롯 음악 하면 나이 많은 기성세대를 연상하듯, 컨트리 음악도 내게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좋아하거나 즐겨 들은 적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타운즈 반 잰트나 리 헤이즐우드, 제리 제프 워커, 램블링 잭 엘리엇, 터커 짐머만, 그램 파슨스 등의 노래가 내 생각을 많이 다르게 만들었다. 요즘은 유튜브로 내쉬빌 스테이지에서 여러 가수들이 모여 노래하는 방송을 꽤 즐겨서 듣곤 한다.
내 느낌과 그들의 흥겨운 몰입 사이엔 꽤 많은 간극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며 내게 없는 무언가를 그리곤 한다. 올모스트 헤븐의 마지막 줄에서처럼 속하지 못한 모든 시간, 함께 하지 못한 모든 그곳만은 찬란하고 아득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