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달개비, 접시꽃 화분 전해주신 할아버지께서 예고없이 오셨다.
‘남묘호렌게쿄’를 믿는 분이신지라 모임에 발표할 글 때문이었다.
일하는 동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접혀지고 구겨진 봉투 셋을 꺼내서 주셨다.
접힌 봉투마다에 불편한 손 떨리는 손으로 쓴
꽃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접시꽃 레드가 있었고, 접시꽃 l. pink가 있었고 산나리 red도 있었다.
접시꽃편지, 나리꽃편지, 꽃편지였다.
폰에서 키우시던 꽃들 사진도 보여주셨다.
일전에 내가 정중히 거절한 달마도 대신인가도 싶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시도 시집도 그 무슨 소용일지
정치꾼 다된 어떤 시집의 작자같은 구구절절 사연 없어도
나는 조심조심 봉투를 뜯고 그간의 사연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다년생의 꽃들, 세세년년의 소소한 장면들을과 함께
두고 또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