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를 돌면 절벽이 나오는데
수백 마리의 제비 둥지가 절벽에 붙어 있었어.
온 사방으로 제비가 날면서 물에 비치는데
마치 내가 제비와 함께 나는 것만 같았지.
내 밑에도 있고 내 위에도 있고 내 주변 모든 곳에 있었어.
제비 새끼들이 부화하면서 알껍데기들이 둥지에서 떨어져
물에 둥둥 떠다녔어.
작고 하얀 껍질들 정말 멋있었어.
이제 충분하다고 느꼈어.
/스웽키, 노매드랜드.
부럽고 멋졌다. 자유로운 영혼과 그것을 위해 치뤄야 할 노동의 가치… 영화를 보는 동안 넓고도 황량한 미국 들판의 풍경들이 다시 그리워졌다.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이미지는 <쓰리 빌보드>에서와 비슷했지만 영화의 분위기가 다른 만큼 한참 부드러웠다.
주/조연을 제외한 다수가 실제 노매드 라이프를 사는 사람들을 출연시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 들게 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온화하고 따스한 분위기만 너무 부각한 것 같아 리얼리티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떠돌이 생활의 어두운 부분이나 위험성 같은 것은 전혀 묘사된 바가 없으니. 천사들로만 이루어진 떠돌이의 삶이라면 누구라도 나설 수 있겠는데 말이다. 오죽하면 내가 이 영화에서 느낀 가장 큰 위기상황(?)은 남자 주인공(?) 데이브가 도와주려다 실수로 아끼는 접시를 깨어버리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맥도맨드는 언제나처럼 리얼리티 그 자체로 보였고, 영화의 목적지가 리얼리티가 아닌 만큼 전반부에 나왔던 스웽키의 이야기는 블레이드 러너 종반부 로이 베티의 독백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끝부분 가까이에서 스웽키가 보았다는 풍경들이 나온다) 어딘지 랜디 뉴먼의 느낌이 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도. 결은 많이 다르지만 오래전에 좋아했던 <여자의 선택(leaving normal)>도 생각났다. See you down the road!
“매드랜드”로부터, 2021. 7. 6.
반짝이는 모든 별이 내게 말하네
여기 이곳 이제 막 도착했노라고
하지만 내가 귀 기울이는 것은 따로 있다네
보이지 않는 별들의 속삭임이라네
숨은 것들은
끝내 빛나지 않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빛으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서로를 불러준다네
어떤 별이 내게 말했네
어떤 만남과 이별이 말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