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해서 몇년간 알고 지낸 할아버지 한분이 두어달 전 사무실로 화분을 갖고 오셨다. 자신이 키우던 꽃의 줄기를 떼서 옮긴 것으로 귀한 꽃이라며 주셨다. 누군가가 원산지를 인도산이라며 주셨다는데 이름은 모르지만 석장짜리 꽃잎이 독특하다 하셨다.
떨리는 손 성치 못한 걸음으로 한손에 화분 들고 버스 타고 전해주신 노인의 마음을 생각하니 그 꽃이 어떠한들 이름이 무엇인들 감사히 소중히 키워야겠다 생각했다. 꽃은 쑥쑥 자랐으나 한참 동안 소식이 없더니 얼마전에야 자주색 꽃이 피었다.
엊그제 할아버지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아는 분으로부터 들었다는데 꽃은 뉴질랜드 앵초로 트라데스칸티아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했다. 오늘에사 찾아보니 트라데스칸티아는 맞는데 뉴질랜드 앵초는 아닌 것 같고 자주(털)달개비, 트라데스칸티아 실라몬타나Tradescantia sillamontana인 듯 싶다. 이름이 복잡하고 어려워 화분에 붙여라도 둬야 하겠다.
하지만 세장의 꽃잎을 지닌 이름모를 꽃은 그 전에 피었고 가느다란 줄기 뿐일 때도 있었고 아직도 피어 있다. 정확한 꽃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누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이란 그런 것, 작고 볼품없었던 그 식물이 귀한 것은 하나의 몸짓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1.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