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일상용어처럼 쓰이는 역마살, 망신살 같은 단어들… 도화살이나 백호살의 경우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그밖에도 ‘십이신살(十二神煞)’을 비롯하여 꽤 많은 살(煞)들이 피곤한 삶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몇몇 특정한 煞에 대해서만 정리를 했다. 이것은 운명이나 횡액 등에 대한 모호한 경고의 의미보다는 성향 또는 성품에 포커스를 맞춰서 어떤 이의 속살(?)을 슬쩍 들여다보는 것에 더 근접해 있다. 煞풀이 한마당으로 煞을 풀어내는 재주는 없으니 그저 말풀이만 끄적이면서.
양인살(羊刃煞)은 羊(양), 刃(칼날), 그리고 煞/殺이다. 양의 목을 베어내는 칼날 같은 煞. 때로 무지막지하고 흉폭하다. 스스로 칼을 쥔 격이니 자칫 칼을 휘둘러 타인을 상하게 하고 자신도 상할 수가 있다. 양인살은 권력자에게는 힘이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형액(刑厄)이다.
괴강살(魁罡煞)은 성격이 극과 극을 오가는 살로서 괴팍하고 변질이 많고 강한 기가 작용하여 특정 직업이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기질이 있다. 남녀 모두가 괴강살이 있다면 대립 충돌이 많고 서로 잘나서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붉을 홍(紅), 고울 염(艶), 홍염살(紅艶煞)이나 연살(年煞)의 경우엔 자기애나 자존심이 강하고 주위의 시샘을 받기도 하면서 대인 관계 또한 원할하지 못하다. 홍염살은 온순하고 다정다감하며 내향적인 성격인데 반해 도화살은 좋게 말하자면 만인의 연인 같은 것이다. 여성에게 홍염살이 있으면 인기와 매력을 지닌다. 복분자/석류처럼 남자에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월살(月煞)의 변형 또는 다른 의미인 고갈살(枯渴煞)/고초살(枯焦煞)이 있다면 메말라 씨를 뿌려도 싹이 나지 않아 결실이 없고 침체, 답보, 중단, 장벽, 좌절의 상황에 놓이기 쉽다. 극심한 경우는……
원진살(怨嗔煞)은 서로 미워하며 화내고 불신하며 다툼한다는 살이다. 보면 보기 싫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다는 살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사주의 다른 부분들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결과는 여러모로 달라질 수 있다.
비부살(飛符煞)은 지닌 이는 주위에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항상 고독하고 빈천하다. 스스로 그렇게 하고 곧잘 후회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곤 한다. 직장이 있으면 사표를 내고 싶어 하고, 실업이라면 그대로 늘어진다. 비인살(飛刃煞)의 경우엔 성격이 급하여 시작은 있으되 끝을 보기가 어렵지만 한편으론 비수를 숨기고 살기도 한다.
현침살(懸針煞)은 바늘, 침, 붓, 펜, 칼이 상징하는 것처럼 마음이나 생각, 그리고 말이 바늘처럼 칼처럼 뾰족한 성향을 가진다. 충동적이며 공격적,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성질이 있다. 칼끝은 타인을 향하기도 하지만 때로 스스로를 상해케 하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현침살이 있는 사람은 긍정적인 생각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화개살(華蓋煞)에는 영화(榮華)를 덮는 액(厄)의 기운이 있다. 하는 일에 장애가 많이 생기고 그만 두게 되며, 돈도 명예도 인간관계도 다 덮는다는 말이다. 그럼으로 쓸쓸하고 고독하며, 철학적, 사색적, 종교적이 된다. 학문과 예술, 종교의 살(煞)이다. 남자는 비구, 여자는 기생이나 비구니가 된다는 살로 승려나 기생이 기피 계급이던 조선 시대에는 도화살, 역마살과 더불어 기피하는 대표적인 살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2020.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