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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전 어떤 책을 읽었다…… 퍼센티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사람들의 상당수가 그저 남들 눈치로 마스크를 쓴다. 줄곧 마스크의 무용성을 주장하던 친구도 별수없어 면마스크 하나 주머니속에 넣어다니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죽어나간다. 또다른 이국의 길거리에서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경찰이 몽둥이로 두들겨패고 심지어 발포도 한다. 확진자가 돌아다니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구속시키는 곳도 있다. 그 와중에 마음대로 돌아다닐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감시사회를 힐난하는 에세이를 쓰는 사람도 있다. 구비서류 챙겨 주민센터 방문하면 5만원 준다고 안전문자가 온다. 손씻기 열심히 하라고 안전문자가 붉게 빽빽댄다. 어쩌면 이렇게 이렇게 생긴 인간을 조심하라고 문자가 올지도 모른다. 이 길로 가면 안되고 저쪽 선을 넘으면 안된다고 문자가 올지도 모른다. 사라에 대해 즐거워 하는 이는 누구였을지 사드와 파솔리니는 어떤 형벌을 받아야 할지 어린이보호구역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이는 인디언보호구역에라도 갇혀 살아야 하는지 38년전 36년 전에 대한 책을 읽었다. 38년 뒤에는 보이지 않는 글자로만 씌여져 있다. 끌 수조차 없었던 텔레스크린보다 천만배쯤 절묘한 욕망의 발광다이오우드, 레티나와 아몰레드에 온통 영혼을 빼앗겨버렸다. 그래서 더이상 그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난독증이거나 무관심하거나 읽을래야 읽을 수도 없다. 더이상 독재자라 지탄받는 독재자는 없으니까. 텔레스크린과 빅 브라더는 그저 그저 그저 36년 전의 이야기일 뿐이니까. 1948년의 깡그리 잊혀져버린 악몽일 뿐이니까.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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