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의 마이 스윗 페퍼 랜드라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십년의 시간 뒤에는 많이 달라졌다. 유튜브에서 향신료가 너무 많이 사용된 듯한 이란의 어느 노래를 들었을 적에 그 배경에 있는 어떤 얼굴이 몹시도 인상적이었고 그것은 실크로드의 끝자락에서 보았던 여인을 생각나게 했다. 나는 누군지 모를 그 얼굴의 주인공을 용케도 찾아내었는데 그녀는 그 전에 보았던 <패터슨>의 여주인공이었던 골쉬프테 파라하니였다. 묘하게도 그녀 덕분에 나는 이란 음악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살펴보게 되었고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모흐센 남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오묘한 소리를 지닌 항 드럼 연주도 하고 모흐센 남주의 라이브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마이 스윗 페퍼 랜드 또한 파라하니가 나왔던 영화이지만 대략 살펴만 본 수준이라 특별히 남은 느낌은 없다. 그럼에도 영화 속의 멋진 연주곡을 나는 잊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의 이미지는 내게 있어 아주 잠깐 스쳐간 얼굴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잠깐에서 나는 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고 생각하며, 인적 찾기 힘든 곳이라 한들 그곳이 바로 ‘마이 스윗 페퍼랜드’임을 안다. 내 모든 유치했던 시절의 한줄 가사처럼, “언제나 우리가 만나던 그곳”.
muhteşem ses / golshifteh fara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