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기타 연주자였다. 지방 방송국의 기타리스트였는지 어느 이름모를 클럽의 얼굴없는 반주자였는지는 알지 못한다. 마지막 병상에서 그의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들의 요리법을 여기저기 메모했다. 광고전단의 뒷면에도 썼고, 백지에도 썼다. 얼룩진 사연도 있었고 찢어진 종이도 있었다. 그녀의 머리 속에서 그녀의 마음 속에서 남편을 위한 요리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그것은 사랑 그것은 행복, 상상 속에서 간결하고 정성 가득하였다. 수목장으로 그녀를 떠나보낸 남편은 사진을 코팅해서 나무에 달았다. 너덜너덜한 요리 메모 쪽지들도 코팅을 했다. 아내 없는 부엌에서 살아가던 어느 날 그는 정신없이 문을 닫고 길을 나섰지만 빌라의 문이 꼭 닫히지 않은 것을 알지 못했다. 몇시간 비워뒀을 뿐인데 그 사이 도둑이 들어 백수십만원의 현금을 잃어버렸다. 그날 그는 허탈한 마음으로 아이스커피를 사들고 내게 왔었다. 잃어버린 돈에 괴로워하고 떠나보낸 아내에 힘들어 했다. 그를 본 마지막날에도 그는 사진을 코팅했다. 경찰은 도둑도 잡아내지 못했고 돈도 찾아내지 못했다. 아내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아내의 요리법을 코팅했을 뿐 요리하는 아내를 그렸을 뿐 요리는 하지 않았다. 그것은 상실, 그것은 무기력, 불가해로 가득한 세상에서 남겨진 대책없는 그리움 ― 내 시도 비슷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