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모여 밤새 이야기 나눌 적엔
화장실 가는 것도 미안하였지
그 마음 한 조각 달아난 자리
여태 깨어나지 못한 어느 행성의 눈부신 아침
별빛의 끝까지 어둠의 끝까지 아스라히 달려
다시 그날 밤
어떤 미안함도 없이
밤새 또 밤새 이야기 나눌
우리들의 다음 이 시간
+
이 시를 처음 쓴 것은 2009년이었다.
생각은 물론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겠고.
나름 끝을 맺었지만 늘 탐탁치 않았다.
그냥은 그럴듯해도 내 심정일랑은 상당한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절대 잘못 써서는 안될 시이기 때문에 계속 마음에 걸렸다.
최근 시편들을 정리하는 작업의 와중에 며칠 뜯어고치다
부족한대로 또 마무리를 했다.
내 심정에 조금은 가까워졌을 뿐
여전히 구질구질해서 답이 아니다.
어딘지 모를 저 건너편에서
만나고 만나고 만나고 싶다.
다음 이 시간에.
이 시간에.
/2019.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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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미안함으로”를 “어떤 미안함도 없이”로 고쳤다.
화장실 가는 것조차도 미안했음은
우리의 삶이 그만큼 유한하고 일회적인 것이기에 그렇고
미안함이 없는 것은
거기 미지의 영원성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9.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