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일주일쯤 되었나 보다.
지난 5,6년 사이 이렇게 잠을 뒤척인 적은 없었다.
따뜻한 우유도 마셨고, 심지어 과자도 먹었다.
하지만 제대로 잠들 수 없는 하루, 또 하루다.
어딘가 쓰리기만 할 뿐, 잠이 부족한 것도 잘 모르겠다.
그러다 뒤척이다 피치 못할 반가운 아침이 왔다.
아침 시간 잠깐 짬을 내어 오래된 lp로 am fenster를 들어봤다.
별로 자주 듣지 않은 음반이라 잡음도 거의 나지 않아 공백의 순간에도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실내외의 소리들만 들릴 뿐이다.
그리고 나의 아침 같았던 기타 소리.
처음 들었던 그때 잠깐 혹했었지만 그냥 그랬다.
그래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같이 듣던 이가 얼마나 그리웠던지……
창가의 시간은 끝이 났으나 노래 몇곡 더 듣고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쳇 베이커다.
가슴 아린 청춘의 상징,
또는 피폐하고 망가져버린 중년의 상징이 마음을 두드린다.
너무 달아서 쓴맛이 난다.
아니 기대했던 달콤함이 아니라
욕심스레 소다를 집어 넣어 한껏 부풀려진 어린 날의 달고나처럼
쓴맛이 난다.
the thrill is gone
i can see it in your eyes
i can hear it in your sighs……
쉽게 상처받는 청춘이 들려주는 상실의 기억이다.
하지만 이 아침 그것은 기억이 아니라 상실의 두려움이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너의 눈, 너의 한숨에서가 아니라 내게서 그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불타오르지 못한 채 서서히 녹슬어간 심장인양
그리고 어느덧 늦은 오후의 쳇 베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