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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그다지 즐겁지는 않은 그저 그런 길, 매일 지나치는 오래된 세탁소 무슨 사연인지 주인 아저씨와 그분 할머니만 계시는 듯합니다 일주일에 서너번, 할머니는 가게에 나와 앉아 거리를 바라보십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눈 마주치면 나는 그분들과 늘 인사를 나눕니다 딱히 즐거울 것도 없는 길 하지만 할머니께 인사드릴 적에는 늘 웃습니다 걸음도 건강도 이제는 편치만은 않으신 할머니도 늘 나를 향해 반갑게 웃어주십니다 출근길 퇴근길 5초 10초씩이나 될까요 일주일에 서너번, 일년이라고 해야 얼마나 될 것이며 십수년 그랬다고 한들 또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할머니는 두고두고 웃는 모습의 나를 기억할 것입니다 별로 웃을 일 없는 내 삶에서 웃는 모습이 나에 관한 거의 모든 기억일 것이에요 나 또한 할머니를 그렇게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지요 매일 그렇게 인화된 적 없는 사진이 켜켜이 쌓이고 있습니다 그 어떤 사연도 없는 그저 웃음뿐인 단 한장의 사진이요

 

 

/2019. 9. 11.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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