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memories, how they linger
how they ever flood my soul
in the stillness of the midnight
precious, sacred scenes unfold
/precious memories, j.j. cale.
케일의 정규 앨범들은 거의 cd로만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은 20년쯤 전에 구입한 것들이다. #8 앨범은 국내판을 구입했는데 불행히도 reality가 빠져 있다. 하지만 파일들이 있으니 굳이 그것을 아쉬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유일하게 lp로 갖고 있는 앨범 하나가 okie다.
오클라호마 사람(또는 그 지역의 떠돌이 노동자)를 의미하는 <okie>는 1974년에 발매된 그의 3번째 앨범이다. 케일의 아이코닉 송 가운데 하나라고 할 anyway the wind blows가 수록되어 있으며 lynyrd skynyrd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앨범이기도 하다. 그리고 케일의 형편없는 앨범 자켓들을 생각할 때 그나마 예쁘장한 빛깔의 무난한 디자인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몇몇 노래들을 몹시 좋아하며, 여름밤에 starbound를 듣는 느낌은 한여름밤의 꿈인양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어릴 적 강둑에서 바라보았던 밤하늘의 몹시도 또렷했던 별을 떠올리면서. 하지만 이 lp는 또다른 사연으로 오늘의 나 앞에 있다.
그때가 겨울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어쩌면 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만남은 더이상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녀는 낯선 땅에서 이국의 사람과 새로운 삶을 가질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어 어색하고 서먹서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옷속에서 종이커버로 되어 있는 케일의 앨범을 꺼냈다. 자켓 같은 옷에 끼워 온 것이 아니라, 버스 또는 지하철에서 내려서는 티셔츠 가슴 아래쪽에 그걸 넣고 온 것이다. 그녀는 정말 폼나지 않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품안에서(사실은 거의 뱃속에서) 이 앨범을 꺼냈다. 그녀를 알고 지냈던 시간 동안 내가 가졌던 어떤 느낌이 새삼스레 되살아나는 저린 순간이었다.
그 무렵부터 여태까지 lp 오디오 없이 지냈기에 그 레코드판을 집에서 들을 기회는 없었다. 사무실에 오래된 턴테이블이 있기는 해도 그 앨범을 갖고 가서 들을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묻고 싶은 마음과 간직하고픈 마음의 기묘한 조합이라고나 할까. 그날 받아온 이래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것을 낡은 장 속에서 오늘 다시 찾아냈다. 그리고 아마 다음 주쯤에는 약소하게나마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를 알고 지냈던 꽤 긴 시간으로부터, 그리고 이 앨범을 받은 날로부터의 시간이 아득하다고 한들 몇년이겠냐만 ‘光年’처럼 아스라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연은 이어지지 못했지만 기약할 수도 알 수도 없는 어느 날 starbound의 세계에서, 또는 하이웨이멘의 노래에서처럼 우주의 끝을 돌아 한 두방울의 비로 다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십수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쓴 채 레코드장에 꽂혀 있던 okie 앨범에 cusco의 어느 앨범에 있던 비닐을 빼서 씌웠다.(서울음반이라는 글자와 여러 음반 레이블들의 마크가 푸른색으로 인쇄되어 있는 얇은 비닐이다.) 내게 받았던 이 앨범은 영국에서 발매된 것으로(중고 음반이다) 수록곡은 다르지 않다.
when you and i are ready
no longer earthly-bound
we’ll travel through the crystal night, starbound……
/starbound, j. j. cale
/2019.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