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좌파냐 우파냐, 또는 내가 진보냐 보수냐에 대해서 확정하는 것을 그리 의미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는 회색주의자다. 여기서 회색이란 이들 이데올로기의 스펙트럼을 섞은 중간의 색으로서의 회색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또는 현재의 상황에 따라, 또는 어떤 특정한 사안에 따라, 그 모든 것들에서 내 색을 찾을 수 있고 달리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색주의자, 또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쯤으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이 진보적인 행위의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이 대목에 관해서는 나는 전혀 진보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앞으로 내가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 결단코 진보적인 색채를 띠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진영논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고자 애를 쓰는 사람이며, 기본적으로 나는 자유주의자이고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개인주의란 비어스가 악마의 사전에서 했던 이기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의 예시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비어스는 풍자적인 요소가 강한 그의 단어 해석을 통해 ‘이기적인’이란 단어를 ‘남의 이기심에 대한 배려가 없는’이라고 정의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들에 대해 대부분 매우 부정적이며, 현실적인 힘이 부족한 쪽의 편이다.
물론 이 또한 내일도 그러하리란 이야기는 아니며, 특정한 어떤 정치적 신념의 지지지라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나로 말하자면 이 세상에 온 마음으로 지지해야 할 정치적 이념이나 신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으며 그것과 관련된 정치적 성향에 관련없이 그 어느 쪽에나 존재하는 수많은 정치적 위선들을 혐오한다.
그레이의 수많은 그림자, 밝은 곳에서 그것은 검은 빛에 가깝고, 어두운 곳에서는 백색의 음영이 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빛깔들이 있고 내 생각도 그렇게 켜켜이 나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