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냥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허울좋은 명분을 미스릴의 갑옷인양 여전히 걸쳐입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빛나는 갑옷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감시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 감시자들의 역할 또한 교묘하게 변화되고 있음 또한 분명하다. 감시해야 할 대상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하는 개인을 감시하는 감시자는 감시자가 아니다. 설혹 개개인에게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감시의 대상자가 저질렀거나 저지를 수 있는 문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짓을 하는 자칭 감시자들이란 사건의 은폐자이며 돌이킬 수 없는 공범일 뿐이다. 아직은 빛을 발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허울이라는 것, 한 세월 멋지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 부조리한 세계라지만 전적으로 부조리하지만 않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부조리의 진정한 본질이기에 어떤 경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