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Plaza del Once의 한 모퉁이에서 헤어졌다.
거리의 맞은편 길 위에서 나는 뒤돌아보았다. 너는 돌아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한 무리의 인파와 차량들이 강물처럼 우리 사이로 지나갔다. 특별할 것 없는 오후 다섯 시였다. 그 강이 다시는 건너올 수 없는 아케론 강이었음을, 슬프게도 나는 알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의 시야에서 멀어졌고, 일 년 뒤 당신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때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사소한 작별 속에 끝없는 이별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젯밤 나는 식사를 마친 뒤 외출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빌렸던 플라톤의 마지막 강의록을 다시 읽어보았다. 육신이 죽고 나면 영혼은 떠난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불길한 사후 해석과 결백한 작별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다.
만약 영혼이 불멸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헤어짐에 조바심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안녕을 말하는 것은 이별을 부정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각자의 길로 멀어지지만, 내일 또 다시 만나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덧없고 우발적으로 보일지라도,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가 영원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에 작별을 고안해냈다.
Delia, 언젠가 우리는 어느 강가에서 이 불확실한 이야기를 다시 나누게 되리라. 그리고 한때, 이제는 광야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Borges와 Delia라는 이름으로 만난 적이 있었는지 자문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