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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부르는 소리

그 여름날의 산자락, 재래식 화장실에는 알지 못할 작은 곤충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벌레들의 날개짓 소리가 작지만 또렷하게 여기저기서 들렸다. 역한 냄새, 역한 소리 속에 누군가는 그것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어딘가의 존재가 되었음에 그 작은 목숨들의 소리가 묘하게 처연하게 들렸던 것을 기억한다.

<날개가 부르는 소리>는 아가싸 크리싀티의 단편 제목이다. 오래 전에 몇번이고 읽은, 그녀의 일반적인 범주가 아닌 환상소설이었다.(그녀의 단편 가운데 일부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인상적인 제목 말고는 거의 생각나는 것이 없다. 어떤 특이한 존재와의 조우에 관한 것이었던 것도 같은데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만약 오늘 집에서 그 책을 찾아 다시 읽는다면 나는 많은 대목들을 새삼 기억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대로,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여도 괜찮다. 기억못하는 것보다 안타깝거나 서글픈 것이 있다면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전혀 간지럽지도 않은, 아무런 감각도 없는 겨드랑이로 하루를 보내는 것 말이다. 아스피린, 아달린……

그 여름날은 무척 더웠다. 하지만 긴 소매의 검은 자켓을 입어서 덥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더 더웠으면 싶었고 그래서 더 견디기 힘들었으면 싶었다.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세월도 몸도 우리의 기억도 어이없이 흩어졌다. 어떤 것은 오늘처럼 생생하지만 또 어떤 순간, 하루, 나날들은 너무 생각나지 않아 힘들고 괴로울 때도 있다. 하지만 기억은 기억대로 망각은 망각대로 이리저리 흩어지고 뭉쳐가며 우리 안에서 잃어버린 너를 그리고 또 간직하고 있다.  깡그리 잊어버린 이야기가 되어도 사연은 거기 그대로 있다.

 

 

/2019. 6. 3.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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