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와 모종 그리고 몇 줄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박용래
처음엔 여덟 줄을 읽었었지요. 내가 보내준 걸 읽고 누이는 펑펑 울었다고 했지요. 하지만 그때는 꼰스뚜시띠온 광장의 모퉁이에서 헤어졌다던 델리아에 대한 보르헤스의 회상처럼 이별에 대해서는 정녕 알지 못했었지요. 마아가렛이 그 꽃의 다른 이름인줄도 뒤늦게 알았었지요. 그리고 브라질의 어느 타악기 연주자가 만든 마르가리다의 향기란 노래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신나게 불렀고 어떤 이는 느리고 처연하게 불렀습니다. 그 모든 곡조가 마음의 통로를 따라 흐릅니다. 몇해 전엔가 시골 마당에 구절초를 심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어쩌다 들렀던 바닷거 어느 언덕에서도 보았고 창창한 여름의 지리산 자락에서도 본 적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무수히 피다 만 바로 그 꽃입니다. 이번엔 감국과 함께 좁은잎 구절초 모종을 함께 구했습니다. 내게 노래도 있고 시도 있고 이제 가을이 오는 길목+이면 꽃도 보고 향기도 맡을 수 있겠지요. 모종의 그리움, 결국 아무 것도 없고 무수히 피다 만 꽃, 한송이만 남았습니다. 옮기지 못한 몇 줄만 남았습니다. 내 마음 베끼지 못한 몇 줄만요.
+박용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