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깨나 너의 생각
잊을 수가 없구나……
많은 것이 그립고 안타까운 밤, 풀장 옆에 입주자들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바베큐 코너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밤공기는 좀 쌀쌀했지만 추위는 그닥 느껴지지도 않았다. 노트북 앞에 앉아 무심결에 즐겨찾기 링크를 눌렀더니 화면에 뜬 것은 옛 가요 사이트였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음악들을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는 곳이다. 거기서 또 우연히 내 귀에 들려온 것은 두 개의 다른 곡조의 <고향 생각>과 <망향>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의 <고향 생각>은 현제명의 곡이고, 다른 <고향 생각>과 <망향>은 번안곡이다. “사랑하는 나의 고향을 한번 떠나온 후에…”로 나가는 가사와 “물소리 새소리 들려오는…” 하던 <over and over>의 리메이크다.
<고향 생각>을 듣다 보니 또 다른 이의 <고향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바로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다. 이제는 그 열기도 많이 사그라져서 희미한 기억들, 그가 어느 해에 포르투갈을 방문했는지 정확히는 생각나지 않는다.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아마도 1970년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그는 포르투갈의 시인과 소설가, 가수와 예술가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시를 낭송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saudades do brasil em portugal>이었다. 포터블 레코더로 녹음된 것인지 좋지 못한 음질에 어딘지 모르게 지금처럼 늦은 밤 같은 느낌에 쓸쓸함과 허무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지금 이 밤, 이 순간 나는 이 노래의 나라 이름들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두 가지 쓰린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내 마음을 헤아리기 힘들겠지만 그 하나는 원제의 나라 이름을 바꿔서 넣으면 되겠고 그 반대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이곳 샌디에고가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뒤바뀐 제목이 주는 쓰라림을 20여년 전에 그랬듯 이미 느끼고 있다. saudades do coreia em america,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와 씨꾸 부아르끼가 노래한 두 곡의 ‘파도’ 사이를 오가며.
sou eu em solidão pensando em ti
chorando todo o tempo que perdi……
/kátia guerreiro
/chico buarque de holl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