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레스와 타말레스. 조이 번과 하이로 사발라가 쓴 이 노래는 묘한 중독성을 지닌 꿈비야 스타일로 꽤 신나는 곡이다. 전부 다 알아먹을 수는 없어도 내게는 기약없는 약속, 지켜지지 않은 약속 같은 노랫말이 슬픈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이 곡이 실린 앨범의 타이틀 <the thread that keeps us(2018)>까지가 여태 끊어지지 않은 가녀린 어떤 ‘緣’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좀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인 장루이 뮈라는 일찌감치 ‘칼렉시코’에 관한 노랠(viva calexico) 불렀다. 노래 속엔 심지어 조이 번과 존 컨버티노의 이름(joey, john)까지 나온다. 칼렉시코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뮈라를 위한 노랠 부른 적이 없지만 말이다. 물론 조지 벤의 “타지마할”과 타지 마할의 “조지 벤”처럼 번지수가 좀 다른 엉뚱한 결과도 있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있고 멋진 일이었다.
jean-louis murat & calexico
칼렉시코의 라이브 무대를 보면 멤버들이 수시로 바뀐다. 두 사람의 설립자(?) 외에 고정 멤버가 셋 더 있지만 다른 모습들도 자주 보인다. 플로레스와 타말레스의 경우는 작곡자 가운데 한 사람인 하이로 사발라가 노래하기도 하고 때론 다른 기타리스트가 노래한다. 하지만 내 느낌엔 다른 기타리스트의 이타운 라이브가 제일 마음에 든다. 아직 그의 이름은 알아내지 못했고 작곡자로 볼 때 앨범의 곡은 아마 사발라의 것이지 싶다.
플로레스와 타말레스는 <더 월>에서 어린 핑크가 아빠를 찾아 헤매이던 기차역의 느낌처럼 그리고 비러 린의 노래처럼 막연한,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다. 플로레스는 꽃(꽃의 ‘복수’!)이고 타말레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다. 몰레와 타말레. 어쩌면 멀지 않은 시간에 이 두 음식을 맛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플로레스의 타말레스를 꿈꾸던 이의 노래처럼이 아니라 몰래 가녀린 緣 이어가며.
/2019. 2. 9.
+우측 상단의 은 이 페이지를 위한 음악을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