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병 속에 쪽지를 넣어서…
그 쪽지엔 내 이름과 주소를 적었지.
그런 다음 병을 바다에 던졌지.
그리고 그걸 누가 발견 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어.
어느 하루의 느낌을 적나라하게 말할 수 없으니 잠꼬대 같은 소리로 대신할 수 밖에 없는가 보다.
<침묵의 질주>를 처음 본 것은 어릴 적 흑백 텔레비젼을 통해서였다. 여전히 인상적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엉성한 구성도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오늘 나는 외딴 우주의 작은 섬 같은 식물원 ㅡ ‘밸리 포지’에 있는 듯하다. 거기서 혼자만의 세계를 가꾸는 프리먼 로웰과 별로 다르지 않다.
(도입부의 우주선 모습, 프리먼 로웰이 밸리 포지에서 수확한 야채로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스탠리 엘린의 ‘애플비’처럼 자신이 싫어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누군가의 세상에 잡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질서바른 세계를 뭉개버리는 결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끝나지 않는 세계 말이다. 프리먼 로웰이 서투른 로봇들과 벌이던 카드게임 같은 짓을 계속하면서.
그리고 캄캄한 하늘을 드높이 선회하는 별과 닿지 못할 아득한 어딘가를 향해 하염없이 떠나가는 비행선의 꿈을 꾸었다. 사무엘 우리아의 노래가 비장하게 흘러나올 때 홀로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 했을지도 모르겠고, 그 반대일지도 알 수는 없었다.
(서두의 인용은 프리먼 로웰이 자폭을 결심한 후 로봇들에게 건넨 말 가운데 일부다. 그 대사는 어릴 적에도 뭔지 모르게 허무한 느낌을 들게 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폭 직전의 우주선, 고장난 드론 휴이와 함께.)
/Aeromoço, Samuel Ú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