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새벽 잠이 깨었다. 창녕이었다. 불투명한 창문은 열어둔 탓에 바깥이 잘 보였고,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은 적당한 어둠 속에 감춰진 채 적막 속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잠시 마당을 바라보던 내 마음에 문득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래 전에 꽤 좋아했던 노래, look at me였다.
한밤중에 듣는 그 노래는 사랑노래라기보다는 묘한 허무감을 내게 남기곤 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그 노래가 수록된 앨범 자켓을 좋아해서 책상 위에 액자 마냥 얹어두곤 했었다.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내 ‘삐삐’에도 그 노래가 흘렀다. 허리에 찬 삐삐에선 가끔 불이켜지고 진동이 울렸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이다.
가끔은 ‘3504’ 같은 메시지도 있었다. 그것은 조금 더 길어져 35가 몇번씩 이어지기도 했고 04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3535353504040404. 문자를 사용할 수 없는 기기이다보니 숫자로 대신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언어와 곡조로 번역하자면 “love you forever and forever love you with all my heart”쯤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허리에서 감지된 진동이 마음을 두드리곤 했다.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지만 그 신호 자체가 어떤 연결인양 여기곤 했다. 그리고 잠깐 울렸던 메시지는 원주율처럼 끝없이 이어지며 나를 호출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속했던 세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여기던 시절이었다.
우리, 또는 우리들은 제각각 다른 세상으로 발을 디뎠고 그곳에는 삐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나를 호출하던 신호 또한 일방의 무한한 공간 너머로 어떤 해석도 불가능한 파편으로 흩어져버렸다. 노래는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있지만 듣지 않은지는 몇년이나 되었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러다 지난 새벽 잠이 깨었다. 온갖 잡다한 것들이 어둠 속에 곱게 감춰진 마당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의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