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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레, 과카몰레, 몰래

집안 행사로 모처럼 해운대를 다녀왔다. 평소 별로 갈 일 없고 그리 가고 싶은 곳도 아닌데 부페까지 다녀왔다. 이것저것 접시에 담다 보니 조금 이상하게 적힌 낯익은 단어가 있었다. 과카몰 새우요리인가 아무튼 비슷한 이름이었는데 ‘과카몰레’를 그렇게 표기한 모양이었다.

평소 요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전혀 사람이라 과카몰레를 맛본 적은 없었고, ‘듣기만’ 했을 뿐이다. 여기서 듣기란 단어나 요리에 관해서 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노래로 들었다는 말이다. 좋은 인상에 행복한 표정이 좀 지나쳐서 괜스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케빈 조핸슨(이 사람 이름은 왠지 영어식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의 노래로 그게 요리/소스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과카몰레 또한 그 재료가 되는 아보카도(와카틀)와 토마토(토마틀)처럼 나와틀어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하며, 과카몰레를 잔뜩 얹은 삶은 새우는 꽤 맛있었다. 언젠가는 ‘(다녹은) 초콜렛/쇼콜라틀’까지가 소스의 재료가 되는 릴라 다운즈의 와하까 몰레도 맛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가녀린 달 한 조각을 제외하고는 밤바다에서 볼 것이라고는 너무도 생경하게 치솟아올라 있는 초고층 아파트뿐이었고, 부페서 채운 더부룩한 속보다 더 많은 우울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하게 즐겁고 화사한 분위기의 과카몰레는 limon과 sal의 지나친 상큼함과 지독한 씁쓸함이 내내 한켠에 함께 있었다. 우적우적 몰래 씹어삼킬 수밖에 없는 몰레, mi querida soledad!

 

 


guacamole /kevin johansen

 

 


cumbia del mole /lila downs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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