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 무렵 당시 유명했던 어떤 소설가와 기자가 실크로드를 여행하고 발간한 에세이집을 읽은 적이 있다. 이란과 터키에 대해 나름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 느낌들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앵커맨도 시를 읊는다는 이야기와 딱딱한 설탕을 녹여가며 마시는 차, 그리고 우스쿠다라가 생각난다.
또 일본에서 만들어진 실크로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기타로의 애잔한 테마와 방송이 끝날 때마다 나오던 짙은 푸른빛(그저 내 상상속의 기억일 뿐이라는 것은 안다)의 히잡을 둘러쓴 어떤 여인의 눈빛이었다. 실크로드의 장면들은 거의 생각나는 것이 없는데 아련한 신쎄사이저 연주와 히잡 속의 눈빛만이 실크로드의 환영을 내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흘러 터키와 이란의 노래를 듣다 보니 그 눈빛이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화면 속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조금 수고를 해서 찾아보니 골쉬프테 파라하니(golshifteh farahani)라는 이름을 지닌 이란 출신의 배우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는 내가 좀 좋아하는 자무시 감독의 어떤 영화에 살짝 철없는(?) 아내로 나왔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sen hiç mi bahar görmedin, 향신료가 과한 이국의 음식처럼 과잉된 느낌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이국의 미각이려니 한다. 센 히치 미 바할 괴어미딘 ㅡ
당신은 봄을 보았나요?
/s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