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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술고래>를 처음 봤을 때부터 헨리 치나스키를 무척 좋아했다. 바텐더와 돈을 나누는 장면을 마음에 들어했고, 결국 그녀와 함께 돌아간 술집의 시끌벅적한 풍경도 그랬다. 그리고 그가 어느 정도는 찰스 부코스키 자신일 것이라고 기대도 했다. 시집 <사랑에 대하여>는  매우 사실적인만큼 노골적이었다. 또 터무니없는 허세를 펼쳐보이다가도 가끔은 나름의 방식으로 기품도 있었다. 그게 시인지 아니면 짧은 이야기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글들이지만 쟝르를 정의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고 스토리가 있어 술술 잘 넘어간다. 나로서는 아주 얄팍한(?) 책,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이 먼저 눈에 들어와서 읽었고, 거기 수록된 “어려운 시절“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집을 칠한 두 사람의 페인트공과의 조우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였다.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에 관해서 나같은 이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의 시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다. 사람의 마음을 끄는 글을 쓰는 것은 재능이고 능력이니 어쩔 수 없지만 온갖 크고 작은 이야기를 이 흐릿한 눈으로도 끄적일 수는 있기에. 내 짧은 소감에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은 한마디로 ‘개뿔'(폄하의 의미는 아니다), 부코스키의 세계를 간략히 서술하자면 ‘깨달음이  없는 이의 하찮은(결코 폄하의 의미는 아니다!)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끌어내린 블라인드”의 한 줄은 나의 이야기처럼도 들린다. 나는 다만 조잡할 뿐이지만.

 

 

내가 당신에게서 좋아하는 점은
그녀가 내게 말했다
당신이 조잡하다는 거야 ㅡ

/끌어내린 블라인드, 찰스 부코스키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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