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책에 대해 아는 바도 별로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책을 펼치면 몇줄을 읽지도 못한 채 나는 난독증에 빠지곤 했다. 어쩌면 건조한 묘사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모자람이 비할 수 없이 확실한 원인일 것이다. 어슐러 르 귄의 모든 작품 가운데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것은 당연히, 그리고 운좋게도 <오멜라스를 떠나가는 사람들>이었다. 번역한 분으로부터 직접 원고를 받아 보았으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고 번역본을 받은 때로부터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길지도 않은 그 글을 읽었다. <어둠의 왼손>이 여전히 내 책꽂이에 있지만 나는 그것을 다 읽지 못했고, 단편집에 관해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오멜라스에 대해 가끔 생각한다. 우리의 현실에 비해 너무 많은 고결함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했던, 지금보다 젊은 시절의 내 소감에 대해 희미한 죄스러움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동조하기는 어려운 어떤 느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멜라스를 떠난 사람들의 세상에 그녀의 영혼이 함께하기를 나는 기원한다. 그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대신하여 오멜라스에서 홀로 고초를 겪고 있는 비천한 한 소년 곁에 오래도록 머물렀기를 나는 기원한다. 그것은 터무니없는 의심에 싸인 나를 더욱 부끄럽게 할 것이고, 그녀를 조금 더 빛나게 할 것이다.
“그들은 ‘오멜라스’를 떠나 어둠 속으로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이 가는 곳은 우리들 대부분이 이 행복한 도시에 대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상상하기 어려운 곳이다. 나는 그곳을 결코 제대로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곳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곳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어슐러 르 귄.
ursula kroeber le guin, 1929. 10. 21~2018. 1. 22.
/the ones who walk away
‘오멜라스’로부터는 아닌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