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사는 어느 아가씨를 위해 물고기 몇마리를 잡고 예쁘장한 조개껍질을 주워 가져온 어떤 이의 이야기, 내가 아는 몇몇 가수들이 이 노랠 나름의 방식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작곡자를 포함한 그 누구의 노래도 나라 리오 만큼 마음에 닿지는 않았습니다. 보싸노바의 뮤즈라고들 하지만 사실 음악적으로 그녀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몇몇 노래만은 절로 마음이 이끌립니다. 특히나 그녀가 모레나를 노래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아프게까지 합니다. 단순하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곡조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가사가 그렇고 모레나 두 마르를 노래하는 분위기도 그렇지요.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동떨어진 듯한 한밤중에 한 사람 앞에 두고 고적하니 노래하는 느낌입니다.
모레나 두 마르가 자신이 노래한 최고의 곡 가운데 하나라고 그녀가 서두에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 자신이 가사에 나오는 ‘예만자 여신의 은과 금’처럼 여겨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석을 그렇게 빨리 잃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이 노래는 한박자 쉬고 들어가는 형식인데다 발음도 어려워 생각만큼 노래하기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몇번이고 듣고 들으며 낮은 톤으로 따라 부르곤 합니다.
/nara leão
morena
e as estrelas do mar
ai, as pratas e os ouros de iemanjá
포르투갈어 morena는 여자를 뜻하는 단어지만 여기서는 그냥 소녀나 아가씨가 아니라, 피부가 까무잡잡한 여자를 의미합니다. 바닷가의 새카만 아가씨. 그래서인지 이 노래는 아주 오래 전 내가 지냈던 바닷가 마을의 그녀, 박정자를 생각나게 합니다.
산언덕 하나 넘어 차도 들어가지 못하던 곳, 이름도 예쁜 무지개 마을에 살았던 아가씨……. 그 새카만 얼굴과 몹시도 야윈 몸, 촌스런 퍼머 머리에 가늘고 날카로왔던 목소리가 어제처럼 떠오릅니다. para te enfeitar(to please you), 노래에서와는 달리 바지락도 그녀가 씻어와서 삶아주곤 했지요. 그녀를 사귄 것도 사랑한 것도 아닌데 생각하면 이상하게 아프고 미안한 마음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말 보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내게 있어 모레나는 그 새카만 얼굴 너머 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고 그리게 합니다. here, there, and everywhere, 여기 저기 내 좁은 세상과 많지 않은 기억의 모퉁이에서 그리운 얼굴이며 마음이며 목소리를 불러오고 그런 의미에서 모레나는 내게 있어 포르투갈어의 보석 같은 ‘saudade’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이 곡은 자신의 고향이자 쌈바의 고향이라 일컬어지는 바이아의 바다를 소재로 하여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고 굵직한 목소리로 노래했던 도리발 까이미의 작품입니다. 내가 이 노래를 들은 것이 2001년쯤일 듯 싶은데 처음 들었을 그때나 지금이나 느낌은 하나 변함이 없고 어떤 날에 누군가 나를 위해 이 노랠 기억해준다면 틀림없이 기쁠 것입니다. 예만자 여신의 은과 금은 모레나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갖고온 물고기와 조개껍질이었을까요, 아니면 바닷가의 모레나 그녀였을까요, 또 어쩌면 이름모를 어부의 마음이었을까요. 어떤 시적 영감도 아닌 어찌 못할 그리움을 불러다 주는 뮤즈, 그녀의 목소리에 낮게 키를 맞춰가며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오 모레나 두 마…….
/2017. 11. 12.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