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세계에 떨어진 어떤 이에 관한 단편을 읽은 적 있었다. <클락워크 오렌지>의 작가가 쓴 소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이의 소지품 가운데 세익스피어의 작품집이 있었던 것인지도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그 세계에 잡혀 글을 쓰는 괴물에게 작품을 갖다바치는 이야기였다. 괴물 작가(?)에게는 미지의 세계로부터 출현한 인간들이 뮤즈였던 셈이다 ㅡ 뮤즈의 종말은 비참했지만.
뮤즈라면 또 생각나는 가수는 보싸노바의 뮤즈란 별명을 가졌던 나라 리오다. 그녀는 아스뜨루드 질베르뚜의 경우처럼 좀 예쁘장한 스타일의 보싸노바를 불렀지만 질베르뚜와는 다르게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다.(그래서 그녀의 노래 가운데는 “내가 없는 날” 듣고 싶은 곡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파서의 가수와 작곡가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줬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그 시대 mpb 씬에 뮤즈가 있었다면, 그들의 부스터가 되었던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가 더 그랬을 것이고 그들의 뮤즈였을 것이다. 바덴 포웰, 씨꾸 부아르끼, 또낑요, 프란시스 하임, 에두 로부, 그리고 조빙까지가 그 뮤즈로부터 영감을 받아 최고의 작품들을 만들어내었다.(아이러니컬한 일이지만 그 뮤즈와 함께하지 못한 이들은 뮤즈의 사후에 더 빛을 발했다.)
뮤즈가 직접적으로 무엇인가 동기를 만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뮤즈의 일이다. 다만 뮤즈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그렇다. 뮤즈가 반드시 여자인 것도 아니고,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한번도 만나지 못한 존재일 수도 있고, 매일 보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오래전에 버렸거나 스스로 달아난 만남일 수도 있다. 뮤즈와의 만남과 이별, 뮤즈는 대개 그런 것이고, 나는……
si je devais manquer de toi, 내가 당신을 그리워해야 한다면.
/jean-louis mur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