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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아득히 까마득히 알고도 몰랐고 알았지만 몰랐다
마당의 연못엔 알지 못할 구멍 뚫려 있었으나
위태로운 세계에 뿌리를 내린 채 연꽃 하나 피었다 졌다
蓮이 있기는 있었는지 바쁠 일도 아닌 것에 허둥대며
한번 돌아보지도 못하고 나는 떠나왔다
다시 찾아오니 꽃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연밥이 걸려 있었다
거기서 전화기를 그렸던 너는 말을 건네었고 나는 귀를 기울였다
소식 기다렸던 나비는 누군가의 귀처럼 연밥에 날아들었고
소리 대신 향이 울렸다
마음의 짐이라도 널어야 할 옷걸이가 숨은 그림처럼
여기저기 감춰져 있었으나
거기 어떤 緣이 있기는 있었는지
작은 꽃봉우리 하나 또 올라왔는데 나는 바삐 떠나왔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던
마당의 연못엔 알지 못할 구멍 뚫려 있었으나 너는

 

 

/2017. 7. 9.

 

 

무치

데.호따.무치

2 thoughts to “그리고 너는”

  1. 연은 있었는지 돌아보지도 못하고 떠나왔는데 또다른 연은 꽃봉우리 피어나도 바삐 그리 떠나왔네요.
    악필은 어쩌지 못해서 뒤죽박죽 그렇게 써내려갑니다.
    이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추적추적 내린답니다.

    1. 정말 그렇게 연꽃을 보았고 떠나보냈지요.
      또 연밥 주위로 나비들이 날아다니던 파스텔톤의 그림을 기억합니다.
      이제는 일상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옛 전화기를 생각하며
      끊어졌으나 홀로 이어가는 희미한 통신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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