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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짝 어귀에서

푸른 치마 아가씨 목화 따러 나왔다가
길손과 마주치자 길가로 돌아섰네
흰둥인 누렁이의 뒤를 따라 달리더니
주인아씨 앞으로 짝지어 돌아오네+

 

知音에게 알리기도 쉽지 않은 일 ㅡ 빠를 젠 빠르고 높고도 낮게, 나이 이제 열아홉인데 벌써 비파 잡고 다룰 줄 안다며+ 신광수의 넉 줄은 태연스레 그윽하였습니다. 원문을 읽으면 그 노골적인 글자들을 말로 옮기지도 못할 정도였지만요. 峽口所見이라는 짧은 만남에 관한 단상에도 그런 느낌 없지 않아 제목마저 조금 달리 보이는 것이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while my guitar gentley weeps ㅡ 비파 다루는 것 알지 못한 채 골짝 어귀에 서 있는 남자를 떠올려 봅니다. 주인아씨 앞에서 뛰놀던 백구 황구를 바라보던 개같지 않은 인생이 지사도 열사도 상열지사도 아닌 개같은 내 인생인지는 알 길이 없고, 撐天의 그렇고 그런 시절도 이젠 아닌 듯 싶지만요. 기세등등 어디로 갔는지 기타등등일 뿐이지만요, 등등.

 

+峽口所見, 정민 역.
+신광수의 시 배열을 뒤섞고 내용을 조금 바꿨음.

 

/2017. 5. 22.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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