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빌려왔던 책, 사흘 동안 안고 산 것은 아니지만 머리 속에선 내내 그랬다. 처음 펼쳤을 때는 모처럼 읽을거리 많은 책을 만난 것 같아 좀 들떴나 보다. 저자, 또는 편역자에 대한 느낌은 아주 조금 달라졌지만 배울 것이 많은 책이어서 그저 감지덕지일 따름이다. 그분의 지지자는 아닐지 몰라도 다른 책들도 빠짐없이 읽고 싶어질만큼. 서두에 있던 박지원의 인용부터가 인상적이었다. 해설까지 마음에 쏙 든 것은 아니어서 나는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오직 나만의 것은 결코 아니다. 누구나 부지불식간에 책을 읽고 시를 읽고 심지어 쓰기까지 한다는 것, 그 자신이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리라 나는 생각한다 ㅡ 그것을 문자로 한정하지만 않는다면. 그런 의미에서 연암의 글을 시인의 자세에 관한 것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나는 다만 그 짧은 글이 시라고 생각하고 읽었을 뿐이다. 내재율조차도 찾을 길 없다 한들 굳이 산문시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어떤 ‘律’도 그 어떤 ‘룰’도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가 쓴 시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