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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

사무실 오는 길에 세탁소에 들러 옷 두개 드라이 맡겼다. 아파트 바로 위에 세탁소가 있어도 굳이 옷을 들고 이곳까지 온다. 할머니와 둘이서 사는 이분께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고 최근에 할머니가 안보이는 날이 많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그저 인사나 하고 아무 때나 천천히 찾으면 된다고 재촉하지 않을 뿐이다.

몇몇 가게가 잇달아 폐업을 했던 자리에 들어선 빨래방 앞을 지나면 늘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이 금세 목욕하고 나오는 사람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개업하던 날 이곳의 주인과 친지들이 조그만 원탁에 둘러앉아 성경책 펼쳐놓고 기도하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는데(나는 그 앞을 지나가며 그 기도에 동참했다 생각한다) 한동안은 세탁기 돌아가는 모습을 보기 어렵더니 최근 들어선 손님들이 오가는 것이 자주 보였다. 그래서 그것이 아무리 화학식으로 표기될 수 있는 세제의 첨가물일 뿐이라도 빨래방을 지날 때 나는 향기는 뭔가 상쾌한 느낌이었다.

오늘 멀찌감치서 보니 빨래방 앞에서 누군가가 어떤 할아버지께 길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한참을 상세히 설명하는 이는 그곳 주인이었다. 기도하던 그날의 모습이 어찌 좀 마음을 쓰리게 했는데 아침부터 청소를 하고 영업 준비를 하는 것이 노래 속의 ‘미싱’처럼 세탁기도 잘도 돌아가는가 싶었다.

글도 안되는데 서버가 애를 먹여 닷새 가량을 답답한 심정으로 피곤하게 지냈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 싶지만 아직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향기는 풍기지 못할지라도 그저 빨래방의 세탁기처럼 돌아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사계”를 조금 고쳐서 말한다면,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는데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를 나는데.

무치

데.호따.무치

2 thoughts to “그 집 앞”

  1. 음… 이젠 잘 돌아가는군요.^^
    막힘이 없는듯이. 로그인 속도가 조금 빨라졌어요.^^
    무엇이든 잘 돌아가는것이 좋은데 말입니다.
    세탁기든 이 세상이든.
    중요한 이곳이든 말입니다.

    1. 네.^^ 속도가 빨라진 것은 로딩을 더디게 하는
      (그렇지만 관리자에겐 조금 편의 기능이 있는)
      플러그인을 삭제한 까닭입니다.
      게시판에 글 쓰는 게 조금 걱정이 되긴 하는데 어떨지
      오늘은 테스트 해볼 참입니다. 염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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