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零落

꽃 榮 즐길 樂
하릴없이 쓸려나가 영락이런가
한때 봄꿈 속의 영락없는 그 꽃

 

“수고 많으십니다.” “큰 일거리가 생겼습니다.” 웃음으로 대답하는 경비아저씨는 아스팔트를 뒤덮은 꽃잎들을 향해 부지런히 비질을 하고 계신다. 한창이던 벚꽃이건만 연이틀 세찬 빗줄기를 만났으니 흙탕물까지 보태어 바닥에 널브러진 모양새가 참담하다. 연분홍빛 봄꿈을 전해주던 그 여린 꽃잎들은 하루아침에 쓸려나가야 할 쓰레기가 되었으니 떨어질 零에 떨어질 落, 말 그대로 零落이다. 하지만 우리가 ‘똑같은’이나 ‘떨어지지 않는’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영락없는’에서도 한자는 그대로 ‘零落’이다. 떨어지고 또 떨어졌는데 못하지 않고 변함이 없음은 가능한 무엇인가. 榮枯一炊(영고일취), 인생이 꽃피고 시드는 것은 한번 밥짓는 순간처럼 덧없고 부질없음이라 했으니 ‘영락이 없음’은 아무나 도달하지는 못할 경지다. 하지만 형상이 바뀌거나 사라졌어도 변함없는 무엇인가를 그린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 ‘한번 밥짓는’ 시간만큼이라도 짚어보았으면 싶었다. 애초에는 첫 행을 ‘떨어질 零 떨어질 落’으로 했으나 ‘동음이의어’지만 결국은 ‘동음동의어’이기도 한 ‘꽃 榮 즐길 樂’으로 바꾸었다. 그럼 잠시나마 零落의 시간을 넘어 榮樂을 꿈꾸어……

 

꽃 榮 즐길 樂
한때 봄꿈 속의 영락없는 그 꽃

/2017. 4. 6.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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