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아득한 오래된 빛

깊은 밤 뜰 위에 나서
멀리 있는 애인을 생각하다가
나는 여러 억천만 년 사는 별을 보았다.
/김달진

한 두 해 전, 국내 모 자동차 그룹의 일부 차량의 전조등이 미국의 평가기관으로부터 좋지 못한 판정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일부 유수한 메이커의 다른 차량들도 비슷한 판정을 받긴 했지만 이유가 생각과는 좀 달랐다. 그것은 “XX자동차 헤드라이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환한 빛을 내는 것”이라며 “자체 커브 어댑티브 헤드라이트 시스템은 일반 헤드라이트보다 우수한 성능을 내지만, 맞은편 운전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요즘의 대부분 차량들은 너무 밝아서들 문제인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는 미등도 마찬가지여서 신호 대기시 뒤쪽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곤 한다. 어떤 차는 주간 주행등이 거의 전조등 수준이어서 야간 주행시 그것만 켜도 제법 환했다.(그럼에도 터널 안에서 아예 조명을 켜지 않은 차들이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 이야기가 아니다. 나 자신의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 한때 내 글은 발광하듯 하이빔을 켠 채 제멋대로 달리고자 기를 쓰던 자동차 같았다. 자동차나 운전에 관해서 경험도 지식도 없는 이가 여차하면 급제동을 했고 마그리뜨의 기억처럼 피흘리며 끝까지 달려서 부딪히기를 꿈꾸었다. “너랑 같이 누워서 그 짓을 해보고 싶어”라고 생각했을 때처럼.

지금이라고 그런 생각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조금은 달라졌다. 살짝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이는 단출한 풍경… 그렇다고 그 한정된 이미지가 잊혀지지 않을 강렬함이나 전자가 달아나버린 중성자성처럼 극단적인 압축의 형태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저기 아득한 곳에서 차량 하나가 부드럽게 가속하며 당신께로 가고 있다…… 보일 듯 말 듯한 희미한 별 하나가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내 글이 그랬으면 한다. 못쓰는 이에겐 꿈일 뿐이겠지만, 나 자신도.

/2017. 4. 3.

 

무치

데.호따.무치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