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도 쉽지 않은 낡은 아파트라 나무들도 비슷하니 오래되었다. 나름 자랑거리인 벚꽃나무는 족히 40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아파트 중앙길 양편으로 마주 서 있는 벚꽃나무들은 몇해전부터 거의가 서로 이어져 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봄소식 들리기 전에 한동안 가지치기 작업을 했다. 벚꽃은 그다지 손대지 않았으나 은행이나 목련은 처참하리만큼 많이들 잘려나갔다. 와중에도 목련은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나중이야 어떻든 한낮의 어둠을 밝히는 듯한 하얀 꽃불이 마냥 반가웠다. 모질게도 가지치기를 하고나니 봄이 왔나 보다. 자른 것도 잘려나간 것도 없는 내게 자른 것과 잘려나간 것 뿐인 내게 봄은 곁불처럼 왔나 보다. 백리향인지 천리향인지 이름도 헷갈리지만 반가운 그 향기가 지척임에 거리는 상관이 없고 늘 그런 마음이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곁봄인지 옅봄인지 체감이 부족한 나는 아직 내복을 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