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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름, 봄꿈의 이름

어떤 학생이 도움이 필요해 찾아왔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어서 한참을 시도한 끝에 겨우 해결은 할 수 있었다. 사무실서 학생이 사가지고 온 커피를 마시고 나니 마칠 때가 되어 같이 나왔다. 바로 앞의 길에서 그냥 가기 뭣해서 동네를 한바퀴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버스 태워주고 왔다. 또래 내지 동생들과 댄스팀을 하면서 그쪽 방면으로 일을 갖고 싶어한다고 들었다. 조금 차가웠던 저녁 공기가 상쾌하게만 느껴졌고 내가 조용하고 편안한 사람이라는 말에는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알았던 학생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는 말을 잘 놓을 수가 없었다.

그곳이 본래부터 바다였는지는 알 수 없는데 곧 망망대해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물바다 너머에는 한번 보면 넋을 잃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답고도 가보고 싶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누가 이름 붙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언젠가 보고 겪은 듯한 그 신비롭고도 풋풋한 풍경을 가리켜 ‘치름’이라고 했다. 육지로 돌아가야 할텐데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나는 그 풍경을 부지런히 따라갔다. 치름이라는 이름을 지녔던 그 고유명사의 앞자리에는 숨겨진 목적어가 있다는 것 늦게나마 알 수 있었고, 그 이름을 내게 알려준 누군가는 치름을 바라보며 이렇게 읊조렸다. “신은 아름다움으로 어리석은 자를 멸하고 또 구할지니……”

그리고 치름은 누구나 알고 있고 본 적 있는 봄꿈의 이름이었다. 어쩌면 그 댓가를 치룬 적 없는 3할쯤의 현실의 이름일지도.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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